다시 뜨는 ‘개탁’…부동산 PF 막히자 신탁사가 직접 개발

입력 2023-04-21 07:37  

이 기사는 04월 21일 07: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사업성 악화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가운데 신탁사들이 직접 개발 주체로 나서며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어 주목된다. 책임준공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신탁사들이 더 리스크를 지더라도 우량 사업장을 선별해 개발 사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신탁은 서부산 스마트T타워 지식산업센터(부산 사하구 신평동 532번지 외 3필지) 개발을 위해 지난달 말 개발형 토지신탁(차입형 토지신탁, 개탁) 계약을 체결했다. 약 175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포함한 총 사업비는 3245억원이다. 시행사는 JM네트웍스, 시공사는 ㈜흥화다. 내달 착공에 나서 2026년 완공할 계획이다. 신탁사가 책임지고 개발을 이끌어나가는 구조다.

이 사업장은 하이투자증권이 PF 브릿지론 220억원에 나섰으나 부동산 경기 악화에 자금줄이 마르며 본 PF로 넘어가지 못해 기로에 섰던 곳이다. 이때 시행사가 ‘개탁’ 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을 이어나갈 것을 제안했고 ABL(자산유동화대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계약을 완료했다. ABL이란 PF와 유사하지만 장래의 사업성이 아닌 공사대금 등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대출 형태를 말한다. 시행사가 지급할 공사비를 바탕으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탁사의 사업비 조달 능력과 시공사의 신용 보강을 보고 들어온 유진투자증권이 250억원의 ABL 대주로 나서며 기존 브릿지론을 상환했다.

부동산 신탁업계는 올해 '개탁' 방식으로 전환하는 사업장을 늘려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들어 부동산 신탁사들은 재개발, 재건축을 제외하고 총 5건 안팎의 개탁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도 강원도 원주 지역 'B&I 지식산업센터 원주' 지식산업센터를 개탁 방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1570억원 규모다. 코리아신탁도 광주 광산구 지역에 하이엔드 주거시설인 ‘벨루미체 첨단 펜트하우스’를 지난달 개탁 계약을 맺었다. 총 사업비는 800억원 가량이다.

관리할 수 없는 사업장이 속출하자 “차라리 리스크를 더 지더라도 개탁 사업을 늘려나가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도산하는 시공사들이 늘어나며 신탁사들이 늘려온 책임준공형 신탁의 리스크가 커졌다. 책임준공형은 중위험, 중수익을 표방하지만 신탁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애매한 구석이 있어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편이다.

개탁 사업은 신탁사가 직접 개발 주체로 나서야 하고 사업이 어려워졌을 때 신탁사가 자금을 투입해야 해 더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분양률이 낮을 경우 분양대금으로 공사비 등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신 수수료가 책임준공형에 비해 많다. 개탁 수수료는 책임준공형 2~3건을 수임한 금액에 육박한다. 하나자산신탁은 이번 딜로 총 사업비의 약 4%를 받는다. 1.3~1.8% 수준인 책임준공형보다 수수료율이 높다. 때문에 신탁사들은 박리다매형보다 우량 사업장에 직접 리스크를 지고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한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책임준공형으로 들어간 사업장이 어려워지는 추세이고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그보다 차라리 분양성과 사업성이 담보되는 곳을 위주로 하는 게 낫다고 보고 더 많은 부동산 신탁사들이 개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본 PF로 넘기려 해도 대주들이 참여하려 하지 않아 사업성만 있다면 차입형이 나은 선택일 것”이라며 “책임준공형 모델이 나오기 이전에 차입형이 많았는데, 그 시기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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